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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김남길의 "트리거" 시리즈 리뷰

by 고고쏭 2025. 9. 7.

사진제공 : 넷플릭스 (트리거)

 

한 번 눌러지면 돌아갈 수 없다. 넷플릭스 시리즈 트리거(Trigger)는 사람마다 마음속에 숨겨져 있던 그 작은 스위치를 건드린다. 이 드라마는 스릴러이자 감정극이고, 범죄물이면서도 인간 심리극이다. 무언가가 폭발하기 직전의 고요함, 그걸 끝없이 반복하는 구조 속에서 관객은 숨이 막히고, 동시에 빠져든다. 폭력보다 더 무서운 건, 폭력을 유도한 감정. 그리고 우리는 결국, 누군가의 트리거였다는 걸 알게 된다.

넷플릭스가 건드린 트리거의 정체

넷플릭스는 이 시리즈에서 누군가의 트라우마, 상처, 억압을 그저 지나치지 않는다. 트리거는 다양한 인물들이 얽혀 있는 정신적 방아쇠를 테마로 한다. 주인공은 기억을 잃은 전직 수사관. 하지만 중심은 그가 아니라, 그를 둘러싼 사람들이 가진 감정의 도화선이다. 한 마디 말이, 한 통의 메시지가, 하나의 기억이 누군가를 무너뜨린다. 넷플릭스는 이 구조를 마치 퍼즐처럼 보여주면서도, 일부러 모든 조각을 다 맞추지 않는다. 그 애매함 속에서 관객은 질문하게 된다. “내 안의 트리거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 질문은 불편함으로 남는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너무 내 이야기 같아서.

감정의 축적, 그리고 폭발

이 드라마는 폭력보다 감정이 더 무섭다는 걸 보여준다. 인물들은 무너지는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냥 조금씩, 아주 조금씩 어긋난다. 참았던 분노, 감춰온 슬픔, 위선적인 다정함. 이런 감정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어느 순간 더 이상 눌러지지 않는 순간이 온다. 바로 ‘트리거’다. 등장인물 중 한 명은 늘 웃는 얼굴로 사람을 맞이하지만, 그의 방에는 매일 밤 자신의 분노를 기록한 녹음기가 돌아간다. 또 다른 인물은 겉으론 모든 걸 용서했지만, 실은 매일 상대방의 SNS를 추적하며 복수를 상상한다. 그 감정의 누적이 이 드라마를 차갑게 만든다. 그리고 그 축적은 결국, 파국을 부른다. 하지만 파괴는 늘 속삭이듯 다가온다. 그래서 더 무섭다.

인간관계라는 불안정한 장전

트리거는 사실 인간관계에 대한 드라마다. 연인, 친구, 가족, 동료. 우리는 늘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그 안에서 기억되지 않은 상처를 남긴다. 이 시리즈는 누가 가해자인지 정확히 말하지 않는다. 모든 인물이 동시에 피해자이고, 또 가해자다. 기억은 왜곡되고, 감정은 포장되고, 진실은 늘 모서리에 숨어 있다. 한 캐릭터는 매 회마다 다른 인격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 모든 게 거짓이 아니라, 그냥 사람의 복잡함이다. 관계는 애매하고, 감정은 모호하다. 하지만 그 안에도 분명히 ‘사랑’이 있고, 그래서 더 아프다. 누군가에게 방아쇠가 된다는 건, 그만큼 깊이 연결되어 있었다는 증거다.

총평

트리거(Trigger)는 감정적으로 무척 힘든 시리즈다. 하지만 눈을 뗄 수 없다. 우리가 그 안에서 스스로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말 한 마디, 선택 하나, 혹은 무심한 표정 하나가 누군가의 균형을 무너뜨렸을 수 있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균형을 무너뜨릴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이 드라마는 누군가의 삶에 ‘트리거’가 된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고통스럽지만, 그 기억을 마주해야만 한다. 그게 진짜 치유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