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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키17" 감상 리뷰 (자아·복제·존재감의 충돌)

by 고고쏭 2025. 9. 12.

영화 미키17

 

'미키17'은 뭔가 기묘하다. 복제인간 이야기야 이미 수없이 나왔지만, 이 영화는 그 복제라는 소재를 무겁게 담으면서도 이상하게 유쾌하게 푼다. 로버트 패틴슨이 연기하는 미키는 복제될 때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동시에 매번 그 존재의 정체성을 상실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미키18이 등장한다. 문제는 둘 다 살아있다는 것. 여기서 이야기는 궤도를 튼다. ‘나’는 누구고, ‘너’는 어디까지 가능한가. 철학이 튀어나오고, 존재론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근데 또 웃기다. 대체 이 영화 뭐지?

자아 정체성과 기계화된 감정의 경계

복제 기술이 인간에게 준 것은 생명이 아니라 복잡성이다. ‘미키17’은 복제를 통해 생명을 복사했지만, 감정과 기억은 복사되지 않는다. 미키17과 미키18은 같은 육체를 가졌지만 전혀 다른 감정을 품는다. 그리고 그 간극은 자아를 흔들고, 관객의 감정도 건드린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아니라, “나는 ‘그’가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된다. SF 영화에서 보기 힘든 감정의 결들이 여기에 있다. 차갑고 기계적이지만, 그 속에서 너무나도 인간적인 외로움이 기어 나온다.

존재감이 사라지는 시대, 미키의 외침

요즘 우리도 미키들 같다. 시스템 안에서 복제된 개인들. 회사에서, SNS에서, 누군가의 대체 가능한 존재로 살아가는 일상. ‘미키17’은 그 구조에 대해 강력하게 외친다. “나는 교체될 수 없다.”는 미키의 속삭임은 곧 우리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 된다. 우리가 사라졌을 때, 누가 우리를 기억해줄까. 우리는 모두 미키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속의 감정은 고유하다. 그래서 이 영화는 슬프고 아름답다. 복제를 다루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간 고유성에 대한 찬가처럼 들린다.

총평: 혼란스럽지만 멈출 수 없는 이야기

‘미키17’은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오히려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복제, 자아, 존재감, 감정—이 모든 것을 한데 넣고 흔들어버리는 이야기. 처음엔 어렵고, 중간엔 혼란스럽고, 끝나고 나면 묘하게 여운이 남는다. 특히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는 감정의 모호함을 너무 잘 표현해낸다. 논리보단 느낌으로 접근할 때 진가를 발휘하는 영화다. 몇 번을 곱씹어도 또 다른 감상이 나오는 작품. 바로 그런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