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영화 "승부" 감상 리뷰

by 고고쏭 2025. 9. 10.

영화 승부 포스터

 

당신이 생각하는 ‘승부’는 무엇인가요? 이 영화는 단지 이기고 지는 싸움의 기록이 아닙니다. 바둑판 위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수 싸움과 동시에, 사람 대 사람, 감정 대 감정이 부딪히는 서늘한 전장의 이야기입니다. 영화 《승부》는 실제 인물 이창호와 조훈현, 두 전설의 바둑 기사 사이에서 오갔던 침묵의 전쟁을 바탕으로, 심리와 존경, 집착과 슬픔까지 복잡하게 얽힌 감정의 기록을 남깁니다.

승부란 무엇인가, 바둑이 보여주는 세계

영화 《승부》는 단순한 스포츠 드라마가 아니다. 그 속에는 한국 바둑계를 이끌었던 두 거장의 충돌과 공존이 담겨 있다. 조훈현이라는 절대 강자의 자리를 넘보게 된 신예 이창호. 그 사이에는 단순한 師弟(사제)의 정이나 선후배 이상의 감정들이 얽혀 있다. 이 영화는 ‘승부’라는 개념을 정면으로 해체한다. 이기는 것이 전부일까? 지는 것은 끝일까? 바둑이라는 판은 수천 수를 앞두고 생각하게 만들고, 때로는 지기 위해 두어야 할 수도 존재한다. 조용한 바둑판 위에서 펼쳐지는 인간의 욕망은 소리 없이 깊다. 특히 영화 중반부, 둘 사이에 말을 하지 않고 교환하는 ‘눈빛’은 대사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그리고 관객은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한 수, 한 수를 따라가고 있다.

심리전의 끝, 조용한 폭력

《승부》는 바둑을 배경으로 하지만, 실은 심리 스릴러에 가깝다. 이창호의 침묵은 무기이고, 조훈현의 유머는 방어다. 이 두 사람의 대화는 마치 칼날 위에서 걷는 듯한 느낌을 준다. 감정은 드러나지 않지만, 오히려 그 감춰진 것들이 조용한 폭력처럼 다가온다. "잘 두는구나."라는 한마디에 담긴 질투, "스승님을 이기고 싶습니다."라는 말 뒤에 숨은 자책. 영화는 감정의 해석을 관객에게 맡긴다. 절제된 연기와 미묘한 표정의 변화는 캐릭터의 깊이를 더한다. 특히 바둑 대국이 끝난 후, 승패보다 표정과 자세로 전해지는 감정들은 누구보다 진하게 스며든다. 이 영화는 말이 없지만, 감정은 폭발적이다.

감정의 승부, 인간의 고독

바둑은 외로운 게임이다. 모든 결정은 스스로 내려야 하고, 누구도 대신 둘 수 없다. 《승부》는 이런 바둑의 본질을 인간 존재의 외로움과 연결짓는다. 조훈현은 세상을 상대했고, 이창호는 스승을 상대한다. 그리고 그 둘 다 결국 자신을 상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는 승부의 본질이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임을 말한다. “왜 이기고 싶었는가?” “왜 져야 했는가?” 그런 질문들이 감정을 타고 흘러나온다. 영화 후반, 이창호가 조용히 눈을 감고 두는 마지막 장면은 압도적이다. 그건 바둑이 아니라 자신과의 화해이자 용서처럼 보인다. 승부는 끝났고, 사람만 남는다. 그리고 관객은 그 사람들의 고독을 조용히 껴안게 된다.

총평

《승부》는 묻는다. "정말 이기고 싶었던 건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것은 단지 승점이나 트로피가 아니었다. 서로를 인정하고 싶고, 스스로를 넘어보고 싶었던 감정. 영화는 바둑이라는 제한된 공간 속에 무한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담아낸다. 이 영화는 누구도 악하지 않고,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그래서 더 인간적이고, 그래서 더 감동적이다. ‘이기는 것’보다 ‘어떻게 이겼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이 영화는 조용히 말해준다. 《승부》는 감정의 이야기다. 이긴 자도 울었고, 진 자도 고개를 들었다. 그게 진짜 승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