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썬더볼트》는 시작부터 다르다. 아니, 어쩌면 이상하다. 우리가 익숙했던 ‘영웅 서사’의 정렬된 구도가 없다. 이 팀은 실패자들의 조합이고, 부정된 이들의 합체이고, 그냥 막 태워진 불꽃 같은 집합체다. 그러니까 누군가는 이들을 악당이라 부르고, 또 누군가는 미완의 영웅이라 부른다. 정확한 정체성은 없다. 그런데도 이들은 움직인다. 미션을 수행하고, 서로 부딪히고, 때로는 감정 없이, 때로는 감정 과잉으로. 썬더볼트는 ‘혼돈’이라는 개념을 마치 하나의 캐릭터처럼 활용한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흔들리고, 관계는 뒤틀리고, 정체성은 멍든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혼돈이 낯설지 않다. 마치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처럼.
팀워크는 구성되는 게 아니라, 견디는 것이다
이 팀에는 ‘신뢰’가 없다. 그러니까 이들은 함께 하되, 서로를 믿지 않는다. 처음부터 계산적이고, 중간에는 오해가 겹치고, 끝엔 뭔가 설명되지 않는 끈끈함이 생긴다. 썬더볼트 팀워크는 마치 공사판 위에 쌓인 균형 없는 구조물처럼, 언뜻 보기엔 곧 무너질 것 같지만 묘하게 버틴다. 왜냐면 이들은 정이 아니라 이해관계로 연결되어 있고, 동료애 대신 손익 계산으로 뭉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런 팀워크가 더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우리는 누구나 완벽한 팀에서 일하지 않는다. 때론 미워하면서도 함께 버티는 게, 진짜 팀워크일지도 모르니까.
불완전함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
기존 히어로들과 달리, 이들은 완성형 캐릭터가 아니다. 트라우마가 있고, 후회가 있고, 감정의 균열이 있다. 그래서 좋다. 《썬더볼트》는 바로 그 ‘불완전함’을 이야기한다. 잘못된 선택, 반복되는 실수, 감정 조절 실패.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 영웅이란 뭔가를 구하고, 누군가를 지키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때론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걸 이 영화는 보여준다. 각자의 상처가 있고, 배경이 있고, 과오가 있지만, 이들이 만들어내는 충돌과 이해는 예상보다 깊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상하게, 그게 위로다. 완벽하지 않아서 공감된다.
총평: 정의가 아닌 존재 자체로서의 ‘썬더볼트’
이 영화는 뭔가 설명이 부족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인물 간 감정선이 갑작스럽고, 전개가 삐걱대는 순간도 많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이 바로 ‘썬더볼트’라는 집단의 상징이다. 정돈되지 않은 이야기, 불균형한 감정, 예측 불가능한 방향성. 이 영화는 말한다. 세상에 완벽한 영웅은 없다고. 그리고 그게 바로 지금 이 세상이 원하는 서사일지도 모른다. 썬더볼트는 영웅이 되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존재하려고 한다. 그 자체가 이 영화의 가장 큰 의미다. 당신이 지금 흔들리고 있다면, 이들을 보며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 나도 이 정도면 괜찮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