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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탈주" (자유·생존·경계의 비틀림) 감상 리뷰

by 고고쏭 2025. 9. 19.

영화 "탈주"

 

영화 《탈주》를 보며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자유’라는 말이었다. 그런데 그 자유는 찬란하지 않다. 영화 속 탈주는 날카롭고, 거칠고, 피투성이 냄새가 난다. 누군가는 “도망”이라고 말하겠지만, 주인공에게 그건 ‘살기 위한 선택’이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면서도 달려야 했던 이유. 그 안에 어떤 감정이 들었을까. 억울함? 분노? 두려움? 아니면 그 모든 것이 뒤섞여버린 혼돈? 탈주는 단순히 감옥을 빠져나오는 물리적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규칙, 감정, 사람, 신념 모든 것에서 탈출하려는 몸부림이다. 그래서 더 절실하고, 더 폭력적이다.

생존 본능은 인간을 어디까지 몰아붙이는가

생존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리면, 뭔가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이미지가 그려진다. 그리고 《탈주》는 그 이미지를 아주 정직하게 묘사한다. 주인공은 극한 상황에 내몰린다. 배신, 추격, 굶주림, 그리고 계속되는 '오해' 속에서, 그는 누군가를 죽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애원하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누구보다 도망치지만 누구보다 간절히 붙잡고 싶어한다. 인간이란 모순 덩어리라는 걸 이 영화는 매 장면마다 들이민다. 가장 인간적인 순간이 가장 짐승처럼 보일 수 있다는 사실. 그것이 생존의 본질이라면, 우리는 과연 지금 인간으로 살고 있는 걸까?

경계는 지켜야 하는가, 무너뜨려야 하는가

영화 속 인물들은 끊임없이 ‘경계’를 넘나든다. 물리적 경계(감옥, 울타리, 도로)뿐 아니라 감정의 경계, 윤리의 경계, 신념의 경계까지. 탈주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 그 안에는 “이것을 해도 되는가”라는 끊임없는 자문이 숨어 있다. 주인공이 차를 훔칠 때, 거짓말을 할 때, 심지어 폭력을 사용할 때마다, 그 행동은 사회적으로는 틀렸지만 관객은 어느 순간 그를 응원하고 있다. 왜일까. 우리는 경계를 지키며 살지만, 누군가는 그 경계를 부숴야만 살아남는다. 그 현실을 이 영화는 피하지 않고 보여준다. 불편하고 고통스럽게. 하지만 그 불편함이 진짜다. 우리의 경계는 정말 ‘정의’일까?

총평: 탈주 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

《탈주》는 끝내 후련하지 않다. 자유를 얻었는지, 단지 다른 감옥으로 들어갔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그게 이 영화의 핵심이다. 탈주란 완성된 서사가 아니라, 계속되는 질문이라는 것. 주인공의 고통도 고통이지만, 그의 탈주로 인해 상처 입은 사람들—가족, 동료, 피해자들의 표정이 더 오래 남는다. 누군가는 탈주하고, 누군가는 그 자리에 남는다. 그 불균형이 만든 감정은 아주 오래 지속된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단순한 도망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이기심과 무력감, 책임의 복잡한 교차점에 대한 이야기다. 결론은 없지만, 질문은 무수히 많다. 그게 가장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