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판타스틱 4가 돌아왔다. 아니, 새롭다고 말해도 되는 걸까? 제목은 ‘새로운 출발’이라는데, 보는 내내 오히려 예전의 그 그림자가 자꾸 스쳐 지나간다. 슈퍼히어로 무비의 과포화 속에서 이 리부트는 어떤 색을 입어야 했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끝까지 보게 된다. 왜냐면 이 영화, 참 애매하게 흥미롭다. 너무 전형적인데 또 비전형적이다. 뻔한데 뭔가가 다르다. 그러니까, 이건 정리된 이야기보다 혼란의 연속. 그리고 그 혼란 속에서 묘한 끌림이 있다.
리부트의 아이러니, 익숙한 새로움
리부트는 언제나 모험이다. 기대와 불안이 뒤섞인 채로 출발해야 하니까.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은 과거의 실망을 씻기 위해 다시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시작’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스스로도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점이다. 캐릭터 소개가 무척 친절하지만, 너무 친절해서 오히려 흥이 깨진다. 각자의 능력은 매력적인데, 그걸 풀어내는 방식은 너무 익숙해서 새롭지가 않다. 리드의 지성, 수의 투명함, 쟈니의 불꽃, 벤의 돌덩이—다 멋진 설정이지만, 이야기가 그들을 따라가지 못한다. 리부트는 새로운 가능성이었지만, 어쩌면 또 다른 익숙함의 덫이었다.
팀워크는 존재하는가, 혹은 연기된 것인가
판타스틱 4는 원래 팀워크의 상징 같은 존재다. 능력보다 관계가 중요한 히어로들이니까. 하지만 이번 영화에선 그 팀워크가 자연스럽다기보다, 마치 보여주기 위한 것처럼 느껴진다. 갈등도, 화해도, 협력도 모두 ‘계획된 감정’처럼 흘러간다. 감정선이 납작해서 몰입이 어렵지만, 그럼에도 가끔 불쑥 나타나는 진심이 반짝인다. 특히 벤이 혼자 남겨졌을 때의 외로움, 쟈니의 쓸쓸한 분노, 수의 감춰진 고통 등은 짧지만 강하게 다가온다. 그 조각들이 더 모였다면, 판타스틱 4의 팀워크는 진짜 ‘가족’이 됐을지도 모른다.
빌런은 거대했지만, 감정은 작았다
모든 슈퍼히어로 영화엔 빌런이 있다. 그리고 이 영화의 빌런은 단순히 악역을 넘어 존재 자체가 위협이다. 닥터 둠이라는 이름 하나로 기대치를 채웠지만, 정작 그 안에 있는 감정은 공허했다. 왜 분노했는지, 왜 인간을 포기했는지, 설명은 있지만 설득이 없다. 공감 없는 빌런은 크기만 클 뿐, 기억에는 오래 남지 않는다. 둠의 폭발적인 능력은 시각적으로 압도적이지만, 정서적으로는 무게가 없다. 그러니 전투는 요란하고, 끝은 허무하다. 악의 서사가 약하니, 선의 승리가 의미를 잃는다.
총평: 미완의 가능성, 그러나 시도는 가치 있다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은 완성된 영화가 아니다. 어쩌면 출발선에 아직 머물러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시도 자체는 존중받아야 한다. 비록 구성이 엉성하고 감정이 가벼워도, 이 영화는 ‘또 하나의 히어로 세계’를 확장하려는 용기를 보여줬다. 보는 내내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러면서도 한 명 한 명 캐릭터에 대한 애정은 느껴진다. 다음 편이 있다면, 진짜 ‘출발’은 그때부터일지도 모른다. 혼돈 속의 가능성, 그게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