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맨2’는 단순히 후속작이라는 틀을 깨고, 전편보다 훨씬 더 풍성해졌다. 권상우는 여전히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과 오버스럽지만 이상하게 설득력 있는 코미디 연기를 선보인다. 이 영화의 세계관은 진지함과 유쾌함 사이 어딘가를 줄타기하고 있고, 그 중심엔 언제나 ‘권상우’가 있다. 몇몇 장면은 말도 안 되게 뻔뻔하지만, 그 뻔뻔함이 오히려 카타르시스를 준다. 전직 킬러가 웹툰 작가로 변신한 설정도 여전하지만, 이번엔 가족이라는 테마가 더 전면에 부각된다. 그 안에서 권상우는 오락성과 인간미를 모두 잡아낸다.
액션 장면 속 감정의 미묘함
이번 히트맨2는 전작보다 한층 스케일이 커졌다. 특히 액션 장면은 단순히 때리고 부수는 걸 넘어서, 인물의 감정을 녹여냈다는 점에서 인상 깊다. 예를 들어 적과 싸우면서도 가족을 떠올리는 순간들이 삽입되는데, 이런 장면은 불필요한 감성일 수 있지만, 의외로 뭉클하다. 물론 현실성은 없다. 뛰고 부서지고 폭발하는 와중에 코미디가 개입되고, 그 와중에 갑자기 슬픔이 스며드는, 그런 이상한 리듬. 그런데 이게 히트맨2의 매력이다. 정제된 감정보다는 터지는 감정의 덩어리들. 그것들이 뭉쳐질 듯 흩어지며 관객에게 기이한 몰입을 선사한다.
가족의 의미를 묻는 코미디
‘가족’은 이번 편에서 주제를 넘어 이야기를 끌어가는 중심축이다. 아내와 딸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상 속 소동, 그리고 예기치 못한 사건이 얽히며 킬러로서의 본능과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사이에서 주인공은 방황한다. 웃긴데 아프다. 가볍게 보다가 갑자기 울컥하는 감정이 밀려오는 그런 순간들이 있다. 권상우는 그런 감정을 얼굴에 제대로 담아낸다. 특히 딸과의 대화 장면에서는 모든 개그가 잠시 멈추고, 인간 권상우로 돌아간 듯한 진심이 느껴진다. '코미디'와 '가족'이라는 두 축이 충돌하지 않고 오히려 균형을 이룬다는 점에서, 히트맨2는 단순한 코믹 액션 영화 그 이상이다.
이상하게 좋은 영화
히트맨2는 엉성한 듯 치밀하고, 가벼운 듯 묵직하다. 정제된 스토리라인은 없지만, 감정은 진짜다. 웃고, 놀라고, 울컥하고, 또 웃는다. 권상우는 그런 롤러코스터의 중심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면서도 자신만의 톤을 유지한다. “왜 재밌는 거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느새 끝까지 다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그런 영화. 피식 웃음이 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지는 이 느낌, 설명은 안 되지만 분명히 전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