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야당’은 유해진이라는 배우의 얼굴에서 시작해, 결국 그의 마음에서 끝난다. 처음엔 뭐 이런 설정이 다 있지 싶었다. 한적한 농촌, 이상하게 어눌한 말투, 그리고 느긋한 템포. 그런데 이상하게 빠져든다. 그 이유는 어쩌면 ‘진짜 같아서’일지도. 유해진은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 사람’이 돼 있다. 야당은 단순한 시골 이야기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 안에는 지금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공기, 소리, 말 없는 대화—같은 것들이 가득하다.
농촌 배경, 풍경이 아니라 메시지
보통 농촌을 그릴 땐 낭만을 많이 입히지만, ‘야당’은 다르다. 여기서의 농촌은 불편하다. 적막하고, 늦고, 때때로 외롭다. 하지만 그런 배경이 오히려 감정을 명확하게 해준다. 텃밭 하나를 고르는 장면에서도 유해진은 말없이 수십 가지 감정을 표현한다. 그의 눈빛은 거칠지만 따뜻하고, 몸짓은 투박하지만 깊다. 이 영화에서 농촌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주인공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다. 자연은 늘 말이 없지만, 그 속의 사람들은 할 말이 너무 많다.
웃음은 순간, 울림은 오래간다
유해진의 특기인 능청스러운 유머는 이번에도 살아있다. 소소한 대사 하나, 발음 하나, 심지어 걷는 폼까지도 웃기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렇게 웃고 난 후에 남는 여운이다. 웃긴데 왜 찡하지? 이유는 하나다. 진심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관객은 그 유머가 누군가의 오래된 상처에서 비롯되었음을 직감한다. 그래서 웃음이 나면서도 동시에 목이 메인다. ‘야당’의 유머는 그래서 그냥 개그가 아니라 서사이고, 그 서사는 결국 관객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총평: 느리게 스며드는 깊은 감정
‘야당’은 화려하지 않다. 특별히 강한 반전도, 눈물 쏟을 클라이맥스도 없다. 대신 이 영화는 ‘스며든다’. 마치 오후 햇살처럼, 처음엔 잘 느껴지지 않지만, 시간이 갈수록 따뜻해지는 그런 감정이다. 유해진이라는 배우의 저력은, 그 조용한 영화의 흐름 속에서 더 빛난다. 도시에서 바쁘게 사는 우리가 한 번쯤 멈춰 서야 할 이유를, 이 영화는 소리 없이 속삭인다. 강요하지 않지만, 이상하게 계속 생각나게 만든다. 아마도 그게 진짜 ‘좋은 영화’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