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폭군의 셰프" (권력·음식·구원의 조리법) 감상 리뷰

by 고고쏭 2025. 9. 25.

 

《폭군의 셰프》는 한입에 삼키기엔 너무 진하고, 곱씹어야만 그 풍미가 살아나는 드라마다. 제목만 보면 마치 음식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실은 권력이라는 복잡하고도 매운 양념이 베어 있다. 주인공은 궁중 요리사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을 지녔지만, 그를 기다리는 건 칼이 아닌 칼날 같은 정치의 밥상이다. 음식은 무기이고, 식탁은 전쟁터다. 요리를 통해 사람을 움직이고, 폭군이라 불리는 왕조차도 숟가락을 들지 않으면 무너지는 그런 세계. 이 드라마에서 음식은 단순히 미각의 향연이 아니다. 그것은 통제의 도구이자 감정의 매개체이며, 누군가를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선택지다. 결국 ‘맛’이라는 건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지배의 코드로 작용한다. 무서운데, 너무 맛있다.

음식은 기억이고, 셰프는 이야기꾼이다

드라마가 전개되며 중심은 자연스레 음식으로 옮겨간다. 그러나 그 음식은 단순히 요리 레시피의 나열이 아니다. 그것은 그 사람의 생애, 과거의 단면, 후회의 조각, 그리고 사랑의 잔향이다. 주인공 셰프가 재료를 고르고, 불을 조절하고, 소금을 흩뿌릴 때마다 그는 단지 요리를 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이야기를 재현하고 있다. 어떤 날엔 그 음식이 폭군의 어린 시절을 깨우고, 어떤 날엔 사라진 궁녀의 기억을 소환한다. 그래서 음식은 따뜻하거나 맵거나 짜거나 하는 단순한 표현을 넘어서 감정의 형태가 된다. 시청자는 그 한 접시에 담긴 고통과 치유, 배신과 용서, 그 모든 감정을 함께 삼킨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배부른데도 계속 보고 싶어진다. 이건 미식 드라마가 아니다. ‘마음의 허기를 달래는 요리극’이다.

셰프의 칼끝은 구원의 선을 긋는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다치고, 어딘가 고장 나 있다. 누군가는 권력을 탐하고, 누군가는 과거를 버리지 못하며, 또 누군가는 진심이 닿지 않아 지쳐간다. 그런 사람들 틈에서 셰프는 말이 없다. 그저 요리를 할 뿐이다. 하지만 이상하다. 그가 만든 음식을 먹고 나면 사람들은 울거나, 웃거나, 무너진다. 그것은 구원에 가깝다. 셰프가 휘두르는 칼은 사람을 해치기 위한 무기가 아니라, 마음의 부위를 정확히 절단하고 꿰매는 도구처럼 보인다. 폭군이라 불리던 왕이 결국 그의 음식을 통해 진짜 고통을 직면하게 되는 장면에서는, 권력도 무너지고 서열도 지워진다. 남는 건 그저 한 사람의 배고픔과, 또 한 사람의 따뜻함뿐이다. 드라마는 이렇게 묻는다. “사람을 바꾸는 건 결국 뭐냐고.” 어쩌면 그건 말도 아니고, 제도도 아닌, 그저 한 끼의 따뜻함일지도 모른다.

총평: 가장 섬세한 전쟁, 가장 부드러운 혁명

《폭군의 셰프》는 한 편의 음식 드라마로 출발하지만, 그 안에는 인간 본성의 다양한 층위가 녹아 있다. 권력의 구조, 감정의 균열, 관계의 이면, 그리고 무엇보다 ‘먹는다는 것’이 갖는 생존 이상의 의미. 셰프는 음식을 만들어 세상을 흔들고, 사람은 그 음식을 먹고 자신을 되돌아본다. 극의 서사는 곳곳에서 불협화음을 내고, 캐릭터들은 예측 불가능하게 움직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모든 장면이 감정적으로 밀도 높게 연결된다. 이것은 맛으로 읽는 인간 심리극이며, 요리라는 도구로 써내려간 감정 혁명이다. 폭군이 바뀌는 건 역사가 아니라, 맛이다. 그리고 그 맛은, 당신도 바꿔놓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