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스크린골프가 삶의 낙 – 직장인 골퍼들의 하루 루틴
회의실에서 벗어나, 드라이버를 쥐다
“오늘도 살아남았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다.
누구는 퇴근길에 카페를, 누구는 헬스를 찾지만
나는 스크린골프장으로 발길이 향한다.
잊을 수 없다. 처음 클럽을 잡았던 그 날,
회의로 짓눌린 머리와 마음이
스윙 한 방에 날아가던 기분.
불 꺼진 회사 건물을 나서며
“이제 진짜 내 시간이 시작이야”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그곳은 가상의 필드지만
그 순간만큼은 현실보다 진짜 같다.
이 공간에서는 상사도 없고, 데드라인도 없다
스크린 앞에 서면 세상이 멈춘다.
상사의 말투도, 엑셀의 셀도, 메신저 알림도
모두 사라지는 마법의 공간.
조명이 은은하게 감싸고,
빈 공 하나가 내 감정을 대신해 날아간다.
비록 가짜 잔디지만,
마음은 진짜 자연 속에 있다.
“왜 이렇게까지 스크린골프에 빠졌냐”는 질문을 종종 듣는다.
하지만, 그건 묻는 이가
야근 후의 피곤한 어깨로
클럽을 휘둘러 본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팀장도 대리도 ‘내기’ 앞에선 친구
“지면 오늘 치킨 쏘기~”
단돈 만 원의 내기에 눈빛이 바뀐다.
팀장님도, 대리님도 모두 웃고,
‘그 스윙 뭔가요~’ 놀림이 오간다.
회사에선 보기 힘든 웃음.
스크린골프 앞에선
직급도, 직함도, 압박도 없다.
그냥 ‘나’로, 그냥 ‘우리’로 돌아가는 시간.
술 한잔 없이도
이해하고 웃을 수 있는 진짜 회식.
스트레스가 땀과 웃음으로 흘러나오는 순간.
혼자만의 라운딩, 오늘 하루를 위로받다
어떤 날은 아무도 부르지 않는다.
그럴 땐 혼자, 조용히
스크린골프장으로 향한다.
페어웨이를 바라보며
“괜찮아, 너 오늘도 열심히 살았어”
속으로 말한다.
공 하나가 힘차게 날아가면
마음 한 켠에 묶여 있던
피로도 함께 날아간다.
오늘은 백스윙이 조금 부드러웠고,
퍼팅은 예전보다 괜찮았다.
그것만으로 충분한 자기 위로다.
나에게 잘했다며 칭찬하는
몇 안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스크린골프는 나만의 작은 해방구
정말 별 거 아닌 시간인데,
이 1시간 반 때문에 하루를 버틴다.
때로는 무기력하게, 때로는 억지로 살다 보면
작은 루틴 하나가
삶을 꽉 붙잡아주는 줄이 된다.
스크린골프는 나에게
단순한 게임이 아니다.
퇴근 후, ‘나’를 다시 찾아가는 의식이다.
이 의식이 있기에
나는 다시 내일도 출근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퇴근 후 골프를 떠올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