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로 내려간 친구가 그랬다.
“여긴 바람도 훈련이야.”
수도권에 남은 나는 그랬다.
“여긴 시간 싸움이야.”
골프 연습도 결국 환경 싸움일까?
도시의 빽빽한 연습장,
자연에 둘러싸인 잔디밭,
그 사이에서 나의 스윙은 어디에 더 가까워져갈까.
이 글은 정리된 표가 아니라,
두 개의 날씨 속에서 흔들리는 나의 팔과 마음에 대한 기록이다.
1. 제주: 바람, 풀, 구름, 그리고 느린 회전의 미학
제주의 스윙은 느리다.
왜냐고? 바람 때문이다.
스윙을 세게 하면 공이 날아가지 않는다.
바람이 모든 걸 가져가버리니까.
그래서 제주에서는 오히려 부드러운 스윙,
낮은 탄도,
짧은 백스윙을 배운다.
바람과 싸우지 말고 타협하라는 레슨이 자주 들린다.
“몸이 흔들리지 않도록, 뿌리를 내려요.”
선생님 말이 아니라,
잔디가 내게 속삭이는 것 같다.
제주에선 레슨이 갑자기 멈추기도 한다.
왜냐고? 말없이 무지개를 보기 때문이다.
“와, 오늘 공 잘 날아가겠네.”
그 말 하나에 모든 이론이 사라진다.
스윙은 ‘맞는 방식’이 아니라,
그날의 하늘과 대화하는 행위가 된다.
2. 수도권: 시간은 짧고 공간은 작고 사람은 많고…
서울에서 스윙을 배우는 건 감정 노동에 가깝다.
예약 앱을 켜고, 실내 타석을 겨우 구해낸다.
연습장으로 가는 길, 지하철은 사람으로 가득하고,
도착하면 숨이 차고,
선생님은 정확히 60분 후에 사라진다.
“그립 강하게. 몸축 돌려요. 다시요. 좋아요. 다시요.”
수도권의 레슨은 체계적이고 밀도 높다.
모든 것이 분석되고, 모든 것이 조정된다.
그러다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더라…?”
하지만 공이 딱 맞아 떨어지는 순간,
정말 아무 생각도 안 든다.
그게 수도권 골프의 ‘순간 마법’이다.
잠깐의 완벽함.
그걸 얻기 위해,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도 간다.
3. 어느 쪽이 더 나은가요? 그건 당신의 리듬이 정해줘요
제주에선 자연이 나를 가르친다.
수도권에선 코치가 나를 푸시한다.
어느 쪽이 맞는가?
정답은 없다.
지친 날엔,
제주의 바람을 생각한다.
스윙이 틀어져도 괜찮다며
구름이 나를 감싸주는 상상.
도전이 필요한 날엔,
서울의 연습장을 생각한다.
작은 칸 속에서 온 힘을 다해
정확한 궤도를 찾아가는 나 자신.
레슨은 장소가 아니라
당신의 리듬과 당신의 계절이 정한다.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건,
느슨한 바람인가요?
아니면, 60분짜리 고요한 집중인가요?
골프는 장소가 아니라, 당신이 그리는 ‘하늘 속 궤도’예요.
제주엔 바람이 있고,
수도권엔 리듬이 있어요.
두 스윙 모두 틀리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스윙은 결국 나라는 환경에서 나오는 것이니까요.
오늘 당신은 어디서 스윙하고 있나요?
제주의 푸른 풀 위인가요?
아니면 회색 벽면에 둘러싸인 타석인가요?
어디든 괜찮아요.
스윙은 장소가 아니라,
당신 마음속 궤도에 따라 결정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