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단순히 싸서 갔다.
3박 5일, 항공 포함 98만 원.
무제한 라운드.
코치가 붙는다고 했고, 마사지도 해준다고 했다.
근데 막상 가보니까
이건 골프가 아니라 어떤 회복이었다.
그리고 내 스윙이 고쳐졌는지 모르겠지만
내 마음이 조금은 정렬되었다.
이 리뷰는 정식 리뷰가 아니다.
그러니까 그냥,
스윙 교정이라 쓰고,
‘도망’이라 읽는
그런 이야기다.
1. 땀, 바람, 말이 통하지 않는 레슨 – 이상하게 마음은 통했다
첫날, 말레이시아 골프장.
습기 머금은 공기.
벌레 소리.
그리고 모기.
레슨 코치는 영어가 반, 현지어가 반.
나는 “OK”와 “sorry”만 반복하다가
어느새 손목이 펴지고 있었고,
허리가 천천히 돌고 있었다.
말이 안 통하니까 오히려 몸이 말을 듣는다.
“Feel, not fix.”
그 말 한마디가 그날 내 전부였다.
한국에선 “너무 끌어요, 다시요.”
여긴 그냥 “Nice. Again.”
그게 다다.
근데 왜 이렇게 따뜻하지?
손목을 잡아주던 그 손이
마치 ‘괜찮아’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땀이 아니라 눈물이 날 뻔했다.
스윙보다 내 마음이 교정받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2. 라운드 무제한? 그건 공을 치는 게 아니라… 내 생각을 치우는 거였다
“오늘 몇 바퀴 도셨어요?”
캠프 동료가 물었다.
나는 그저 멍하니 말했다.
“음… 걷다 보니까 27홀.”
정신없이 쳤다기보다
그냥 걷고, 치고, 웃고, 물 마시고, 구름 보고…
골프는 원래 이렇게 조용한 운동이었나?
왜 한국에선 그렇게 시끄럽고, 조이고, 긴장되었을까?
아마도 이곳의 골프는
‘스윙의 완성’보다
‘마음의 기울기’를 보는 곳이라 그런 것 같다.
그날 스윙은 엉망이었는데,
기분은 너무 좋았다.
코치가 말하길,
“That's okay. Golf is not math.”
그래서 그날 나는 공 대신 불안감을 때려냈다.
3. 돌아와서 다시 한국 연습장에 섰을 때 – 나는 똑같은데, 뭔가 다르다
캠프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서울의 실내 연습장.
좁고, 시끄럽고, 옆 타석 사람의 한숨 소리까지 들리는 곳.
근데… 이상하게 내 스윙이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
그건 근육 때문이 아니라
기억 때문이었다.
모기가 웅웅거리는 오후,
코치가 나를 보며 웃던 그 장면.
구름이 그림자 드리우던 넓은 페어웨이.
“Relax… trust your swing.”
그 한 문장이 아직도 내 등 뒤에 붙어 있는 것 같았다.
완벽한 폼은 못 얻었지만
이제는 실수해도 조금 웃는다.
왜냐면, 그곳에선 모두 그렇게 웃었으니까.
결론 – 동남아 골프캠프는 ‘스윙 치료’가 아니라 ‘나 치료’였다
누군가는 이런 말 할지도 모른다.
“그 돈이면 한국에서 더 전문적인 레슨을 받을 수 있어.”
맞다. 기술적으로는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거긴 햇빛이 있었고, 공기를 느꼈고, 내 마음이 있었다.
스윙을 고치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내 자신을 놓아주는 훈련이었다.
이 글을 보는 당신,
만약 요즘
골프가 즐겁지 않다면,
인생도 자꾸 어긋난다면,
한 번쯤, 비행기 타고
그 낯선 더위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보세요.
공보다 가벼워지는 마음,
그게 진짜 ‘교정’이었는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