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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림형제" (마르바덴숲 환상·진실·형제의 어둠) 감상 리뷰 《그림형제 - 마르바덴 숲의 전설》은 질문으로 시작한다. “동화는 진짜일까?” 그리고 아무도 제대로 대답할 수 없는 그 물음에, 광기와 환상, 그리고 환상이라는 이름의 마법으로 응답한다. 윌과 제이콥, 두 형제는 사기꾼이다. 민속 설화로 마을을 속이고, 귀신을 만들어 돈을 번다. 그런데 마르바덴 숲. 이곳은 다르다. 이상하게도 ‘진짜’가 있다. 나무가 말을 걸고, 거울이 사람을 삼키며, 아이들이 사라지고, 그림자가 피를 머금는다. 이것은 동화가 아니라 악몽이다. 하지만 묘하게 끌린다. 이 숲의 이야기는 무섭고 아름답고 잔인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인간이 만든 욕망과 두려움이 있다. 환상은 현실을 반영한다. 그래서 더 생생하고, 더 무섭다. 그림형제는 그 환상 속으로 스스로를 던지고, 관객은 그.. 2025. 9. 28.
드라마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심리·쾌감·괴물의 초대) 감상 리뷰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는 시작부터 시청자의 뇌를 쿡 찔러온다. 시체는 익숙하고, 단서는 복잡하며, 사건은 정제되지 않은 채 튀어나온다. 그리고 등장하는 그 이름, ‘사마귀’. 그건 단지 곤충이 아니라, 심리의 다른 이름이다. 그는 사람을 죽인다. 그리고 죽이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어쩌면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느낀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겠지만. 사마귀는 상냥하고, 계산적이고, 지독히도 인간적이다. 바로 그래서 무섭다. 이 드라마는 시청자에게 묻는다. “이 인물이 정말 괴물인가요?” 그러고는 거울처럼, 당신의 시선을 돌려놓는다. 정답은 없다. 오직 불쾌한 공감만 있다. 그 공감이 지독한 재미로 둔갑해버리는 순간, 우리는 드라마 속 살인자의 ‘외출’을 따라가게 된다. 그리고 알게 된다. 괴물은, 우리.. 2025. 9. 27.
"폭싹 속았수다" (청춘·방언·기억의 향수) 감상 리뷰 《폭싹 속았수다》는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폭싹’이라는 단어는 제주 방언으로 ‘완전히, 통째로’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시청자의 마음을 폭싹, 그대로 집어삼킨다. 중심엔 두 주인공이 있다. 청춘의 시작점에서 마주친 이들은 제주도의 햇살과 돌담 사이를 지나며, 서로를 바라보고, 사랑하고, 또 놓친다. 청춘이라는 말은 늘 반짝이고 아름답게 들리지만, 이 드라마 속 청춘은 아프고 고되고 때론 참담하다. 공부를 포기하고, 고향을 떠나고, 말하지 못한 마음을 삭이고, 시대의 무게 속에서 선택조차 빼앗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근거린다. 사랑은 예측할 수 없고, 현실은 예쁘지 않지만, 순간순간 피어오르는 감정의 농도는 진하다. 이 드라마는 말한다. “청춘은 늘 실수투성이고, 그래서 기억에 .. 2025. 9. 26.
"폭군의 셰프" (권력·음식·구원의 조리법) 감상 리뷰 《폭군의 셰프》는 한입에 삼키기엔 너무 진하고, 곱씹어야만 그 풍미가 살아나는 드라마다. 제목만 보면 마치 음식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실은 권력이라는 복잡하고도 매운 양념이 베어 있다. 주인공은 궁중 요리사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을 지녔지만, 그를 기다리는 건 칼이 아닌 칼날 같은 정치의 밥상이다. 음식은 무기이고, 식탁은 전쟁터다. 요리를 통해 사람을 움직이고, 폭군이라 불리는 왕조차도 숟가락을 들지 않으면 무너지는 그런 세계. 이 드라마에서 음식은 단순히 미각의 향연이 아니다. 그것은 통제의 도구이자 감정의 매개체이며, 누군가를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선택지다. 결국 ‘맛’이라는 건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지배의 코드로 작용한다. 무서운데, 너무 맛있다.음식은 기억이고, 셰프는 이야기꾼이다드.. 2025. 9. 25.
신사장 프로젝트 (변화·사람·공감의 프로젝트) 감상 리뷰 《한석규 신사장 프로젝트》는 제목에서부터 평범하지 않다. '신사장'이라는 단어는 CEO일 수도 있고, 그냥 동네 아저씨일 수도 있다. 하지만 드라마가 시작되자마자 우리는 곧 알게 된다. 이건 어떤 한 사람의 변화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한석규가 연기하는 주인공은 한때 잘나갔지만 지금은 ‘놓친 것들’ 속에 사는 사람이다. 세상은 빨리 돌아가고, 사람은 계속 변하는데, 그는 여전히 과거의 방식으로 현재를 버텨내려 한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그에게 맡겨진 건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 진짜 ‘사람’이라는 복잡한 문제다. 변화를 거부하는 이에게, 변화가 손을 내밀 때 생기는 그 찰나의 불안감. 이 드라마는 그 떨림을 너무도 섬세하게 담아낸다. 변화란, 거창한 게 아니다. 누군가에게 “괜찮아?”라고 묻는 것.. 2025. 9. 24.
목요일 살인 클럽 추리·노년·공동체 이 영화가 말하는 추리는 단순히 ‘범인을 찾아라’ 식의 전개가 아니다. 《목요일 살인 클럽》은 추리라는 장르를 통해 인생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영화는 은퇴한 노인들이 모인 평화로운 시니어 마을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목요일마다 만나 ‘과거의 미제 사건’을 풀어보는 게 이 클럽의 취미. 그런데 이들이 우연히 진짜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이야기가 급물살을 탄다. 영화는 전통적인 단서-의심-반전의 흐름을 따라가되, 그 안에 ‘노인의 유머와 회상, 그리고 세월’이라는 따뜻한 뼈대를 심어둔다. 추리라는 장르를 빌려 사람의 내면과 상처, 회복을 조명하는 방식이 신선하다. 범인을 맞히는 것도 재밌지만, 그보다는 사람을 알아가는 재미가 훨씬 크다.노년이라는 나이, 탐정이 되기에 너무 늦지 않았다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 2025. 9. 23.